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어진 축구협회 청문회에서 박문성 해설위원이 정몽규 축협 회장 면전에서 뼈 때리는 핵사이다 발언을 했다. 솔직하게 속이 뻥 뚫리고 쾌감이 느껴졌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모두가 공감할만한 감정일 것이다. 박문성 해설위원이 얼마나 말을 조리 있게 하는지 원래도 팬이었지만 더 찐 팬이 될 것 같다. 축구협회를 향해, 정몽규 축협 회장을 향해 박문성이 날린 일침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박문성. 정몽규 면전에 "눈치도 없고, 공감도 못해"
박문성 해설위원이 오늘 청문회에 참석해서 발언한 내용은 축구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어떤 발언을 했는지 한번 보자.
"그동안도 그랬고,오늘도 뒤에서 들으면서 제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건 왜 눈치를 보지 않지?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제 옆에 있는 박주호 위원이 '그렇게 동의한 적 없습니다'라고 바로 옆에서 얘기하는대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계시죠. 정말 동떨어진 이야기를 많이 하고 계시는데 왜 눈치를 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면서 두 가지가 떠올랐는데요. 첫 번째는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은 저희와 살아온 궤적이 좀 다른 것 같으세요. 확실히. 우리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아왔던 삶의 궤적과 다른 삶을 사신 것 같습니다. 대기업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셨고,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엘리트로 살아오셨습니다. 우리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래서 우리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구나. 이런 생각을 좀 했고요. 두 번째는 왜 눈치를 보지 않지? 이렇게 생각을 할 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축구협회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가 없습니다. 공간을 허락하지 않죠. 즉, 예를 들면 인사권 같은 경우에도 전혀 우리는 개입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국민들이, 팬들이 경기장에서 정몽규 아웃, 홍명보 아웃을 외쳐도 협회입장에서는 이런 거죠.'그래서 어떡할 건데?'우리는, 팬들은,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서 축구협회장을 뽑을 수 있는 선거인단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예전표현대로 하면 체육관 선거를 하는 거죠. 내 편 사람들만 체육관에 모아놓고 선거를 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팬들과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눈치를 보지 않는 건 왜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님들의 눈치도 보지 않죠. 왜냐하면 '어, 그렇게 나한테 인사권 개입하면 FIFA가 월드컵 못 나오게 할 거야'라고 하는 겁박을 주죠. 그러면 팬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 어디 눈치를 보겠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이 많은 문제들이 문제라고 느끼지도 않는 거예요. 우리랑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거죠. 전 이 구조와 닫혀 있는 이 조직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캬..주옥같다.박문성 위원은 청문회 자리에 참고인 자리에 참석했고 현안 질의에 대해서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감독, 이임생 이사의 발언이 끝난 뒤 "정몽규 회장 체제가 끝나는 것이 맞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면서 위같이 말했다.
박문성 위원의 베스트 발언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의식도, 공감능력도 없고 문제를 풀어갈 능력 역시 없다. 홍명보 감독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 됐을 때 내가 아닌 지도자가 전화 와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 지도자는 내게 '이제 지도자를 그만할 생각이다. 이름 없는 지도자는 10~15년을 계속 도전해도 프로팀 코치, 감독 한번 하기 어렵다. 그런데 누군가는 특혜를 받으며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다. 나는 더 이상 지도자를 못하겠다'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면서 정몽규와 홍명보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번 사건만 그런 게 아니고 승부조작 사면도 마찬가지다. A매치 당일 꼼수 사면을 했다. 반스포츠적 행위다. 우리 사회에서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런 식으로 꼼수 사면을 하는 게 어디 있나? 난리가 나는 게 당연한 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소집한 날 통보한 뒤 30분 뒤에 발표했다. 올해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는 어떠했나? 그냥 실패한 게 아니다. 축구란 게 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파리 올림픽 예선이 코앞인 황선홍 감독을 A대표팀 임시감독으로 겸임시켰다. 많은 사람이 반대하고, 우려했다. 하지만, 듣지 않았다. 판단을 못한 거다. 한국은 결국 파리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이것이 홍명보 감독 선임으로 이어졌다."
"무능력, 무원칙, 불공정은 정몽규 회장 체제가 이어지는 한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박문성이 오늘 청문회자리에서 발언한 내용들이다. 축구팬들의 생각을 어쩌면 그렇게 그대로 전달한 것인지 감격이 벅차오른다. 정몽규의 입장에서 보자면 박문성은 한낱 찌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축구로 밥 벌어먹고사는 박문성 입장에서는 굉장한 용기와 신념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몽규가 축구팬을 우습게 아는 것과 윤석열이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겹쳐 보인다.
국민들 따위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과 특권층들은 반성이 필요하다. 박문성 위원은 유튜브에서도 꾸준하게 축구계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오랫동안 축구해설을 해오면서 축구계에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만큼 해박한다.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오늘 청문회 자리에서 명료하고 명쾌하게 발언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박주호와 박문성이 축구계에서 알게 모르게 압박과 괴롭힘에 시달릴 것에 대해서도 걱정이 된다. 축구협회를 주축으로 한 그들끼리의 특권층들은 틀림없이 공격을 할 텐데, 그 와중에도 굳건하게 지켜내길 바란다. 오죽하면 정몽규 회장의 별명이 황제회장, 축구대통령, 축구계 윤석열이란 말이 나오겠는가? 뇌가 있다면 생각을 좀 해봤으면 좋겠다.
이사진 하나에서 많은 게 느껴진다. 2002년 월드컵의 영웅이었던 홍명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홍명보는 박주호, 박문성을 아래로 보고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박주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 축협에 문제가 있다는 건 정몽규의 청문회 발언과, 홍명보의 발언에서 그대로 느껴지는데, 이런 와중에도 홍명보는 사퇴의사가 없고, 정몽규도 사퇴의사가 없다. 이임생은 혼자 눈물 훔치며 사퇴하겠다고 했다. 박문성의 발언에 속이 시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에 가슴이 답답하다. 최약체와의 경기에서 가까스로 무승부에 그치는 수준의 한국축구가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 3차 예선이 제대로 진행될까? 축구협회 청문회를 보고 이정효 감독이 '패자부활전'이라고 한 발언이 참 공감이 간다. 실력이 좋아도 인지도가 없고 백도 없으면 밑바닥부터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한번 미끄러지면 다시는 기회가 없는 패자부활전과 같다는 그 말이 현재 축구협회의 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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