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매우 저조한 가운데 정근식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에는 조전혁, 진보에는 정근식이 후보로 나선 교육감 선거는 진보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정책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이 와중에도 조전혁은 "부정선거다"라고 말하면서 끝까지 구질구질하게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새로운 서울시교육감 정근식
정근식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세대 사회학자로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등을 역임하면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 연구와 사회 정의 실현에 대해서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다.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로 있으면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과 사회변동, 과거사 청산 등에 대해서 깊이 있는 연구를 해왔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좀 얻었을 것 같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제대로 된 역사관을 가진 후보자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정근식은 교육의 공공성,사회적 책무를 강화해서 모든 학생들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서울 교육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보수강세인 지역에서는 좋은 평을 얻지 못했다. 조전혁 후보와 정근식의 주요 공약을 비교해 보면 정근식의 공약이 훨씬 낫다고 느껴지는 지점은 없다.
<정근식 공약>
-학생평가방식:수행평가 강화
-사교육비 억제:학습진단치유센터 설치
-교육양극화 해소:서울교육 양극화 지수 개발
-학생인권:학생인권조례 계승
<조전혁 공약>
-학생평가방식:초등진단평가 시행
-사교육비 억제:방과후 학교 선행학습 허용
-교육양극화 해소:학교평가청,학부모의회 신설
-학생인권:학생인권조례 폐지 완수
서울지역은 사교육비가 어마어마한 문제다.공부를 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당장 직면하게 될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이슈인데 사교육비나 교육양극화 해소에 관한 공약은 보수진영인 조전혁 후보가 더 나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 수서에서 조전혁 후보를 70% 이상 지지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근식 후보에게 투표를 한 이유는 현재 윤석열 정권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과 대척점에 서는 공약들과 실천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희연 전 교육감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되, 초중고에서 뉴라이트 사관을 확실하게 배척하고 제대로 된 역사관을 교육하면서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시민 거버넌스, 교권보호 등 정근식이 그동안 밟아왔던 삶의 궤도와 결을 같이하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조전혁이 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조전혁 후보는 주요공약을 제외하고 세부적인 공약들을 살펴보면 한강이 노벨상을 탄 것에 대해서 분노하며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현수막 들고 노망 든 것처럼 서있는 노인들과 다를 바 없다.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교육부장관과 마찬가지로 다른 어떤 자리보다 청렴과 흠결 없는 인품이 중요한데 조전혁은 그런 점에서도 확연하게 뒤떨어진다.
<조전혁 학폭논란>
조전혁은 고3때 시험 보기 위해서 책상을 옮기는데 같이 옮기자고 했지만 '니나 해라'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때려서 턱에 금이 갔다. 학교 측에서 조전혁을 감싸면서 사건이 커졌다는 이상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교육감의 자격이 없다는 논란이 있었다. 친구를 때린 것이 정의감에 의한 실수였다는 조전혁의 말을 더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추후에 또 터지면서 그의 말은 신뢰를 잃었다.
<조전혁 담배논란>
조전혁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일때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면서 법원으로부터 강제이행금 1억 5천만 원을 납부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 이행금을 돼지저금통으로 일부 전교조에 납부한 것도 공분을 샀으나 나머지 이행금을 지불하기 위해서 청계광장에서 희망 나눔 콘서트를 열었는데 약속한 출연진도 오지 않고, 관객도 없는 처참한 상황에서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이런 행동들은 그 사람의 밑천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에 교육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 주류였다.
이 외에도 딥페이크 성교육에 관한 조전혁의 인식은 페미니즘OUT, 동성애 금지 등 소수성애자들과 여성에 대한 잘못된 수준을 드러냈고 "광복절은 자랑스러울 것도 없고, 기념할 날이 아니고 이승만은 독재자가 아니다"라는 강한 뉴라이트 성향을 드러내면서 윤석열정권과 같은 수준을 보였지만 서울시민들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정근식이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된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근식이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니라 조전혁이 싫어서 정근식을 선택했다는 말들도 많다. 서울 강남지역의 학부모들은 공교육 중심의 평등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많아서 앞으로 꽤 험난한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대척점에 있기 때문에 정부와의 갈등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보수진영이 내건 좋은 공약들도 잘 흡수해서 녹여내면 꽤 괜찮은 교육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전혁이 교육감이 아니란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분들 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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